
깎고, 다듬고, 손으로 광을 낸 에보나이트
처음부터 잘 만든 펜은 아니었습니다. 갈라진 펜대를 돌려받은 해도, 긁힌다는 편지를 받은 해도 있었습니다. 그 해마다 무엇을 다시 만들었는지 아래에 한 해씩 풀어 적었습니다.

중고로 들인 선반 한 대가 공방의 전부였습니다
퇴근 뒤 저녁마다 펜대를 하나씩 깎았습니다. 파는 펜이 아니라 내가 쓰고 싶은 펜이었고, 친구들에게 나눠 주던 것이 첫 주문이 되었습니다.

2016년 작업 일지에서 (예시)

추위에 약한 수지 펜대였습니다. 전부 환불하고 소재부터 다시 찾았습니다
고무에 유황을 섞어 오래 굳힌 소재입니다. 겨울에도 갈라지지 않고, 쓸수록 손때가 은은한 광이 됩니다.



그해 돌려받은 펜에는 이런 메모가 붙어 있었습니다.
공장에서 온 펜촉을 그대로 끼우지 않습니다. 돋보기로 끝을 보고, 미세하게 갈아 걸리는 곳 없이 흐르게 맞춥니다. 왼손잡이라고 적어 주시면 그 각도에 맞춥니다.


같은 펜이라도 펜촉에 따라 글씨가 달라집니다.



더 많이 만들면 한 자루씩 써 볼 시간이 없어집니다.
※ 공방 운영을 예로 든 예시 수치입니다.

열두 해의 이야기가 이제 한 자루의 펜으로 갑니다
카트리지와 병잉크를 모두 쓸 수 있습니다.
| 카트리지 | 컨버터 + 병잉크 | |
|---|---|---|
| 넣는 데 걸리는 시간 | 끼우면 끝, 10초 남짓 | 담가서 돌리기, 1분 남짓 |
| 고를 수 있는 색 | 파랑 · 검정 몇 가지 | 병잉크라면 어떤 색이든 |
| 한 번 채우면 | A5 노트 20쪽 안팎 (예시) | A5 노트 25쪽 안팎 (예시) |
| 잘 맞는 때 | 외출 · 출장 · 처음 쓰는 날 | 책상에서 매일 쓰는 분 |
| 상자에 들어 있는 것 | 표준 규격 카트리지 2개 | 컨버터 1개 · 작은 병잉크 |
※ 쓰는 양은 F 펜촉 기준 예시입니다. 필압과 종이에 따라 달라집니다.
남색 펠트를 깐 상자에 펜과 작은 병잉크를 나란히 눕혀 드립니다.

호두나무 상자를 얇은 종이로 감싸 남색 끈으로 묶은 뒤, 무늬 없는 크라프트 상자에 담아 보냅니다. 가격표는 넣지 않고, 요청하시면 짧은 카드를 손글씨로 적어 넣어 드립니다.

| 제품명 | 에보나이트 만년필 |
| 소재 | 몸통 에보나이트, 펜촉 스테인리스, 클립 황동 |
| 펜촉 | EF / F / M (왼손 조율 가능) |
| 크기 · 무게 | 길이 138mm, 18g |
| 잉크 | 표준 규격 카트리지 · 컨버터 |
| 제조국 | 대한민국 |
| 제조자 | 공방 상호를 적어 주세요 |
첫 만년필인데 걸리는 데 없이 써져요. 손때가 묻을수록 더 예뻐집니다.
왼손잡이라고 적었더니 정말 획 끝이 안 갈라져요. 아버지 것도 하나 더 샀습니다.
회계 일을 하는 동생에게 선물했어요. 장부의 좁은 칸에 숫자를 적어도 번지지 않는다며 매일 들고 다닌대요.
펜촉 굵기를 고르면 공방에서 이렇게 보내 드립니다